미술관 옆 아틀리에
전시 개요
  • 전 시 명: 미술관 옆 아틀리에 -가나 장흥아틀리에 작가전-
  • 참여작가: 강세경, 김건일, 김남표, 김대섭, 김세중, 김태중, 두민, 박영남, 에덴박, 서유라, 석철주, 손지영, 유충목, 윤위동, 윤종석, 윤혜진,  이동재, 임영선, 임지빈, 장마리아, 지용호, 홍지연 총22명
  • 전시기간: 2018. 11. 27.(화) ~ 2019. 3 24.(일)
  • 전시장소: 가나아트파크 가나어린이미술관 4·5전시장 (11520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17. T.031-877-0500. www.artpark.co.kr)
  • 전시규모: 평면, 입체, 설치 작품 (작가별 2-3점)
  • 기획/담당: 박정원(전시기획운영팀 팀장)
  • 전시 문의: 031-877-0500

인사말
가나아트파크는 2018년 마지막이자 2019년 첫 프로젝트로 ‘미술관 옆 아틀리에’를 기획했습니다. 아틀리에(atelier)는 작가들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장소이자, 창작활동을 위한 사유의 공간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 가나아트파크 미술관 옆에 자리한 가나 장흥아틀리에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하고, 전시관련 프로그램 ‘웰컴! 아틀리에’를 통해서 작가들의 아틀리에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마련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미술과 교육을 중심으로 미술관과 아틀리에 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긴밀한 협업에 대해 실천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가나 장흥아틀리에 입주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미술관련 전문가와 미술애호가들에게 소개하고, 미술에 흥미를 가진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성인을 대상으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여 미술이 흥미 위주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애정과 문화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가나아트파크 대표이사 원정선
전시 서문
작가가 머무는 미술관 옆 아틀리에
 
한국에서 작가들의 작업실 즉 ‘아틀리에(atelier)’는 20년 전인 1998년부터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정부가 나서서 유휴공간을 문화와 예술에 기반을 둔 조성 사업에 활기를 띠면서 2000년부터 국공립 및 사립미술관 그리고 민간기업 등에서 창작공간을 대거 지원했다. 작가의 은밀한 사유의 공간이자 사적인 의미가 녹아있는 아틀리에는 운영주체가 있는 공공재가 되어 높은 경쟁률을 거쳐 얻어지는 특혜처럼 인식이 전환되었다. 이렇게 기관에서 운영하는 아틀리에는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 거점을 두는 작가에게 해외에서의 전시나 활동은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이런 일들에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국공립/사립/민간 기관 산하 레지던시이며, 작가들의 전시와 활동 경력이 기관의 성과와 맞물려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작가가 부재한 작업실 공간의 시대적 경향은 접어두고, 작가가 주체가 되어 존재하는 아틀리에를 다룬다. 작가에게 아틀리에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물리적인 공간으로의 역할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공간이 없이는 작가 개인이 품은 영감과 역량이 구현되지 못하고 상상도 실현되지 않는다. 이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틀리에는 사유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창구이자 작가의 생활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작가와 작품으로 치환되어 존재할 만큼 강한 아우라를 지닌다. 작고작가들의 생가나 아틀리에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생명력처럼 말이다. 이것은 당시 작가의 손길이 묻어나는 가구나 오브제, 작업을 하면서 작가가 남긴 수많은 물감자국의 흔적 등을 마주하며 마치 작가와 조응하고 있다는 감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들에게 공통 질문을 건넸다. “나에게 아틀리에란?”.
대다수 작가들이 자신의 아틀리에를 ‘쉼’, '휴식‘, ’일상‘ 이라는 단어로 말했다. 특별할 것 없는 담담한 시간 안에서 반짝이는 영감의 순간을 발견하며 작업에 매진하는 공간이 바로 아틀리에다. 그래서 미술관(가나아트파크)에서 일을 하는 동안 ‘미술관 옆 아틀리에’(가나 장흥아틀리에) 상황이 종종 궁금했었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 저 곳에서 각자의 주제와 속도 안에서 분명 재밌는 일이 일어나고 있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래서 시작된 전시이다.
 
실제 ‘미술관 옆 아틀리에’ 풍경은 흥미롭다.
빛에 대한 탐구를 하는 작가는 조명을 모두 끈 상태에서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작업을 하느라 바쁘다. 폐타이어를 재료로 사용하는 작가의 작업실은 가히 타이어 팩토리라고 불릴 만하다. 즉흥적인 곡선으로 드로잉을 하는 작가는 작업실마저도 미로 같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음악이 흘러나올 것 같던 작가의 작업실에는 실제 커다란 스피커가 있었고, 신비로운 자연 풍광을 그리는 작가는 사람의 얼굴 같은 수석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작업실 한편은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이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다. 자유분방한 원시미술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의 작품은 거대한 퍼포먼스 현장과도 같은 작업실에서 건너온 것이었다.
 
동시대에 자코메티의 아틀리에처럼 긴 시간의 층위를 발견할 수 있는 아틀리에를 접하는 것은 현실적인 여건과 시간상 당장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통찰하고 다듬어 내는 한 인간이자 작가가 존재하는 아틀리에 풍경의 이미지는 누군가의 상상력과 시간 안에서 결국 인간적인 가치를 지니게 된다. 미적 창작물은 이것을 보고 느낄 어느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들어 진 것이기 때문에 그 현장 역시 조명되기에 충분하다.
 
박정원